• 트위터
  • 페이스북
  • RSS리더

《석찬영 목양칼럼》 또 하나의 축복, 망각

광주투데이 기자l승인2019.04.03l수정2019.04.03 18:3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TV를 보다가 아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남편이 말했습니다. “여보,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과 우유 좀 가져와요. 까먹을지 모르니까 적어가요.” 그러자 아내가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아이고, 당신은 내가 치매라도 걸린 줄 알아요? 걱정 마세요.” 잠시 후 부인이 삶은 계란을 그릇에 담아 가지고 들어오자 남편이 말했습니다. “아니, 왜 소금은 안 가지고 왔어요? 그러게 내가 적어 가라고 했잖아요.”

이 정도면 건망증 부부의 아름다운 일상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망증을 넘어 일명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하는 치매에 걸리면 말이 달라집니다. 무섭고 치사한 병이라고 일컫는 치매는 인생을 완전히 파괴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치매는 라틴어 ‘de’(지우다)와 ‘ment’(마음)가 합쳐진 단어로서, ‘마음이 지워지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병이 찾아오면 기억을 잃어버리고, 판단력과 추상적인 추론 같은 고도의 지적 기능을 상실합니다.

나중에는 모든 정신과 육체와 말하는 능력까지 잃어버립니다. 잔인하고 무서운 병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치매가 이렇게 무서운 질병이지만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게 된다는 점에서는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그 어떤 극한의 슬픔이나 좌절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잊게 마련입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세월 따라 아픈 기억도 지워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망각은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기억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한 생을 살아오면서 어떤 일들은 아파서 지워버리고 싶고, 어떤 일들은 부끄러워서 지워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일들은 과거라는 창고 속에 이미 저장되었습니다. 꺼내서 쓰레기통에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처럼 지난 세월의 아픈 기억들을 다시 꺼내어 그 상처를 덧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은 모두 다 하나님의 손에 맡겨야 합니다.

과거도 나의 시간이 아니고, 미래도 나의 시간이 아닙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선물입니다.

오늘이라는 지금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이 지혜로운 자요 복 있는 사람입니다.


광주투데이 기자  gjtoday7@naver.com
<저작권자 © 광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투데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구분 계(㎢) 국토부장관 지정면적(㎢) 역동 장지동 일대 (광주역사) 1.4 1.4 삼동, 중대동 일대 (삼동역사) 0.3 0.3 초월읍 쌍동리 일대 (쌍동역사) 3.8 3.8 곤지암읍 곤지암리 일대 (곤지암 역사) 2.1 2.1 4개 역사 7.6 7.6
여백
제호 : 광주투데이  |  편집·발행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수남  |  창간·발행일 : 2004년 5월 3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도 아00241  |  등록연월일 : 2009년 10월 20일
경기도 광주시 광주대로 188-1 송정캐슬  |  대표전화 : 010-2646-7112  |  정보책임자 : 한상미
Copyright © 2012~2019 광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